박상석 발행인

 

요즘 들어 완도는 명품 만들기 붐이 일고 있다. 명품 관광마을, 명품 다시마, 명품 김, 명품 유자, 명품 전복, 명품 완도비파, 명품 갯길에 이어 명품 광어까지. 최고의 명품 관광지, 최고의 명품 수산물을 만들겠다는 의지 표명이 봇물을 이룬다.

명품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이다. 하지만 우리말 ‘명품’에 대응하는 영어 럭셔리(Luxury)는 사실 ‘사치품’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럭셔리의 어원은 호사스러움이라는 거다. 라틴어 룩수스(Luxus)에서 파생된 룩수리아(Luxuria)는 극도의 사치 또는 부패를 뜻한다. 명품이 상류층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충족시키는 도구였다는 점에 맞닿아 있는 어의이다.

명품이라는 말은 모든 제품 중에서 최상의 제품, 최고로 품질이 좋은 제품, 같은 제품 중에서 가장 비싸고 귀한 제품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완도가 이런 귀하고 비싼 존재가 된다는 점은 참 좋은 일이다. 또 완도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이 최상의 제품이 되고, 최고 중의 최고로 평가받을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유쾌한 노릇이고 환영할 일이다. 명품완도에서 명품완도의 농수산물을 먹으면서 명품 길을 걷다가 다시 명품마을에서 편안히 쉴 수 있다면… 그런 완도야말로 지상 천국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진정한 ‘명품’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패션도, 골동품도, 가구도, 식료품도, 하찮은 생활용품까지도 명품이라 불리는 모든 것들은 감동을 선물할 수 있을 때 ‘명품’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겉이 번지르하게 포장됐다거나, 값이 비싸다고 해서 다 명품이 아니다. 하나의 명품이 탄생하기까지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과 신념으로 신뢰가 다져질 때 비로소 명품이라는 찬사가 뒤따른다.

모를 일이다. 명품완도와 명품 농수산물 만들기 바람에 왜 느닷없이 태양광 열풍이 함께 부는지. 이거야말로 듣보잡이다. 아름다운 땅, 건강의 땅 완도에서 태양광 발전시설이 천혜의 자연경관을 해치면서까지 들불처럼 번져가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지역보다 땅이 넓고, 여러 모로 조건이 좋은 인근 시군이 있음에도 완도군청에 관련업무로 찾는 외지인들이 들끓는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태양광시설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전남도청 관계자도, 관련 민원을 접수받고 있는 완도군청도 “정부의 관련법이 완화됐다”는 정도의 답변 뿐, 정확하고 속 시원하게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니 명확한 내막을 알 수가 없다. 다만 완도군청 현관 중앙에 빨갛게 켜져 있는 완도군청 태양광 발전량 시계를 보면서 완도에 태양광 발전이 느는 배경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명품 완도, 명품 완도관광, 명품 완도해조류, 명품 완도농산물조차도, 명품 브랜드라면 저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최고의 기술을 바탕 삼아 탄생할 수 있다. 완도군이 장인의 노력과 지속적인 신뢰 없이 명품 브랜드 만들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헛꿈이다. 오죽하면 명품을 ‘작품’이라고 칭하겠는가? 진정 완도군이 ‘명품 광어’나 ‘명품 유자’, ‘자연 그대로’라는 청정완도를 담아내는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낼 요량이라면, 일회성 이벤트, 단발성 마케팅으로 소비자에 다가가는 일보다 먼저 명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천혜의 환경부터 지켜야 한다.

우리 완도가 누대에 걸쳐 지켜온 자산인 바다와 산천을 오롯이 지키지 못하면서 완도바다와 산천에서 생산한 농수산물에 ‘명품’ 딱지를 붙여 대외에 뿌릴 수 없는 일이다. 진정 명품완도를 만들어볼 생각이라면, 당장 군 지역경제과로 몰려드는 저 태양광발전소 인허가 서류뭉치부터 걷어치워야 옳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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